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條件지어진 平面 1980년

- 崔明永의 「平面條件」시리즈 –

 

근래에 와서 平面의 문제가 새롭게 회화의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崔明永도 이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는 우리나라 화가의 대표적인 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의 문제 제기는 보다 기본적인 平面에로의 접근이라는 데 있다. 그것은 다시 말해서 회화로서의 숙명적인 平面性을 그 궁극적인 상태에서 어떻게 繪畵化하느냐하는 문제이다. 화가 자신이 그의 작품을 「平面條件」이라고 이름 짓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平面條件」이란 곧 조건지어진 평면이라는 말이다.

崔明永이 白과 黑 그리고 赤의 모노크롬 작품을 다루기 시작한 것은 4년 전부터의 일이다. 그의 경우 그것은 오히려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는 이른 바 한국의 「앵포르멜 열풍」의 세례를 받지 않고, 처음부터 기하학적 질서, 심메트리에의 志向을 지닌 화가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의 기하학적 추상은 자기 환원적이요, 시쳇말로는 「미니멀적」인 성향의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일종의 禁慾的이고 反일루젼의 無形, 無色의 세계에로 귀착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崔明永의 모노크롬은 단순한 無形, 無色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또 그것이 결과하는 회화의 平面性도 단순한 평평함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그에게 있어 無形이란 形이 없는 形이며, 또 평면은 일종의 구조화된 공간, 모든 공간을 포옹하는 공간을 스스로 속에 지니고 있는 평면이다. 예컨대 그는 白色의 캔버스위에 백색을 얹힌다. 그리고 그 위에 다시 백색을 칠하며, 같은 작업이 반복된다. 그리고 마침내는 백색이 백색이 아닌 것이 되고 (사실 그의 白色 모노크롬은 엄밀히 말해서 백색이 아니다.) 중복되는 色層에의해, 타블로의 가장자리로 밀려나가는 「테두리」의 변화에 찬 표정은 캔버스라고 하는 平面과 바깥 공간과의 사이에 긴장된 관계를 낳게 한다. 말하자면 이 긴장에 의해 그의 화면은 성립되고, 또 거기에 平面이 繪畵로서의 존립할 수 있는 최저한의 「條件」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극단적인 상태에서 평면을 繪畵化하는 崔明永의 또 다른 결정적 요인은 바로 그의 모노크롬에 있다. 그는 색채 중에서도 가장 中性的인 白과 黑을 택했다. 중성적이라고 하는 것은 그의 경우 색채 자체가 자기 자신에게로 수렴(收斂)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그의 화면에는 일체의 감정적 일루젼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의 모노크롬은 단순히 중성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무표정한 외관에도 불구하고 균질적이요 單一한 평면은 매우 세련된 풍성하고 탄력성 있는 感性으로 「물들어져」있다. 굳이 말하자면 그것을 우리는 無限에 대한 感性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그의 화면은 물질적, 시각적 틀을 넘어 無限空間에로 확산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공간은 반드시 물질적이 아닌 「現存」을 누린다.


1980. 9

李 逸 (美術評論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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